시나위의 새로운 여정
지난 여름 긴 시간을 뒤로 한 채 8년 만에 예상하지 못한 스타일로 우리의 품으로 돌아온 시나위.
그들의 두 번째 노크가 들려온다.
독특한 악기구성을 통해 기대 이상의 파격적인 시도와 혁신적인 사운드를 선사했던 EP 앨범 ‘mirrorview’는 시나위를 알고 있는 전통적인 팬들에게 마저 당혹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간 전통적인 오프라인 음반발매를 중심으로 음악을 발표해 왔던 시나위이기에 이번 디지털 싱글형태의 온라인 음원 공개가 사뭇 기대되는 것도 이러한 새로운 변화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들의 행보를 주목해 봐야하는 것은 이들이 진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 작품의 수록곡은 신곡 ‘밤이 늦었어’ 와 8집 수록곡이었던 ‘파란밤’ 두 곡이다.
두 곡 모두 밤이 주제인 점이 이체롭다.
밤이 늦었어
몽환적인 인트로 헤드 부분이 인상적인 곡으로 일렉트로닉 신디사이저의 파열음이 작렬하면서 웅장한 기타리프가 이어진다. 이런 접근방식을 보면 음악적으로 어느 지점에도 속하길 원치 않는 듯 하다. 그러한 태도가 음악에 반영 되어있는 것이 새로운 시나위의 특징이다.
윤지현의 보컬에 여러 이펙트를 섞은 것이나 신디사이저와 일렉트릭 피아노의 비중이 크지만 이전 EP의 연장선에 맞닿아 있다. 하지만 역시 록밴드의 비등점 역활은 기타의 몫인가? 활화산처럼 분출하는 육중한 기타가 작렬한다.
본작은 누구에게 속삭이는지 모를 모호한 가사가 특징이다.
밀도감 있는 일렉트릭 피아노와 함께 읊조리는 보컬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끌면서 듣는 이의 귀를 자극한다.
또한 후반부 코러스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누군가에게 함께 하자는 울림을 전달하고 있다.
상당히 고전적인 코드진행과 흡사 아트록 분위기 마저 풍기는 독특한 느낌의 곡으로 이어지는 기타솔로에서는 역시나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클래식과 모던을 아우르는 사운드. 흡사 기타 교과서에 나올 것같은 스케일과 어프로치가 일품인 본 작은 신대철의 기타솔로에서 비로소 시나위의 음악임을 알수 있게 된다.
기타솔로 이후에 흐르는 몽롱한 분위기의 브릿지 구성은 마치 포스트록 밴드들이 할 것 같은 감성을 느끼도록 해주고 있다.
“받아들여 받아들여..” 라는 가사는 무엇을 강요라도 하는 듯 들리지만 왠지 이 음악을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 같은 유머스러움 또한 느낄 수 있다.
파란밤
이미 발표했던 자신의 곡을 본인이 리메이크 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작업임이 분명하다. 뭐 그렇다고 해도 또 다른 재해석을 엿볼수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이 곡을 리메이크한 이유를 신대철은 이렇게 말한다. “그냥 새롭게 다시 듣고 싶어서”
인트로 부터 이전의 원곡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시작하는 본작은 역시 키보드의 비중이 상당하다. 원곡이 90년대 그런지한 감성에 사이키델릭한 풍류가 있었다면 이번 리메이크 버전은 기획부터 다른 작품으로 받아들이기를 의도한듯 싶다.
마치 엠비언트와 심포니록이 만난듯 하며 묘하게 매칭된 신디사이저 아르페지오 역시 아트록적인 분위기를 연상케 하고 있다. 그 동안의 록 음악을 정의하는 요소가 모두 들어있는것 처럼 들린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듯한 발상의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