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Ruvin)
     하늘과 닿은 마을
     
   
 
   
발매일 : 2015.07.08  
장르 :  
    
   
   
   

반가워, 반가워!

그를 안지 4년 쯤 되는 것 같다.
내 공연의 기타 세션을 구하면서 그를 처음 보았다.
술은 잘 드시냐고 했더니 순진한 얼굴로 잘 못먹는다면서 손사레를 쳤었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그래도 간단하게 맥주 한 잔만 하시죠, 하면서 데려간 근처 펍에서 결코 맥주를 간단하게 마시지 않았던 그를 보았다.
- 아니 이렇게 잘 드시면서 왜 못드신다고....
그의 대답이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렇게 나에게 순진함을 어필하려다가 실패한 첫만남의 기억이 강렬해서였는지 그 뒤로 나에게 루빈은 어설프게 음흉한 사람으로 각인되어있다.

각자의 일로 소원하던 중 그에게서 앨범을 완성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그동안 나를 비롯한 여러 뮤지션들과 이런저런 작업을 하느라 정작 자기 작업을 뒷전으로 미루어왔었다. 그런 그의 사정을 잘 알았기에 그의 앨범 소식을 듣자 마치 나의 오랜 숙원 사업을 해결한 듯 얼마나 후련하고 반갑던지.

그렇게 듣기 시작한 따끈따끈한 그의 트랙들은 너무나 김정환(루빈의 본명)이었다.
늘 음흉하다고 놀렸지만 말하지 않아도 사실 알고 있었던 그의 많은 면면들이 아주 착실하게 트랙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는 알고보면 아주 쑥스러움이 많은 사람이고(말을 해줘) , 아일랜드를 무척 사랑하며(백조의 호수),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서 자유롭지 못하고(하늘과 닿은 마을), 굉장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지구반대편에서의 하루)이다.
언제나 더 나은 세상과(침묵의 소리) 더 나은 자신을 위해(이름)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음악을 심하다 싶게 사랑한다(기적의 이름).
이토록 자기를 훌륭하게 나누어서 그걸 한 곡 한 곡 담아낼 수도 있구나. 손오공의 머리카락처럼 위기의 순간이라도 오면 곡들이 각각 김정환의 분신으로 바뀔 수도 있을것만 같다. 그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런 기분은 되게 재미있으면서도 한동안 나를 조용히 돌아보게 했다. 역시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나 자신을 잘 살게 해야한다는 것을 다시한 번 실감한다. 나는 그의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그가 지금까지 참 잘 살아왔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그럼에도 그는 착실하게 음흉한 사람이며 나는 그런 그의 음흉함을 그 무엇보다 아끼고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의 앨범을 환영한다. 여름이 한결 아름다워질 것 같다.
-요조


루빈 - 아일랜드 음악 밴드 ‘바드’의 기타리스트 겸 보컬.
이루마의 ‘너의 마음 속엔 강이 흐른다’ 의 객원 보컬, 또 그 외에 많은 다른 가수들의 음반에 객원보컬과 기타연주자로 참여했고
공연장에서 기타연주와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또 영화음악, 드라마음악, 뮤지컬음악, 뮤지컬배우로도 참여하고 있다.
2012년에 EP음반 ‘첫 데이트를 마치고’를 발표했고, 싱글음반으로는 2015년 4월에 ‘내 손을 잡아준다면’과 6월에 가수 박정현씨와 함께한 ‘날 닮은 그대’를 발표했다.
그리고 2015년 7월 8일, 그의 생일이기도 한 이 날, 첫 정규음반 ‘하늘과 닿은 마을’을 발표했다.
이 음반에는 총 올해 나왔던 싱글 2곡을 포함한 총 11곡이 수록되어 있다.
앨범의 소개로는 그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가수 요조가 글을 써 주었다.

-곡 소개

기적의 이름 (A Miracle’s Name)
- 살아가는데에 필요한 많은 것들이 있다. 굶지 않을 음식이 필요하고, 다시 활동할 수 있게 쉴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단지 그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 이 곡에서는 인물로 묘사했지만 음악 또한 그렇지 않을까. 힘찬 멜로디로 이 음반의 존재, 나의 존재, 그리고 우리의 존재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내 손을 잡아준다면 (If You’d Hold My Hand)
- 망설이고 있는 남녀의 이야기다. 사랑이 이루어진 후에 세상 모든게 지금까지와는 달라져 보이는 느낌을 표현했다. 전반적으로 밴조(banjo)를 사용했는데, 경쾌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또 인트로부터 강이채의 피들(fiddle)연주로 컨트리팝 같은 느낌을 더했다.

말을 해줘 (Speak To Me)
- 굉장히 소심한 사람의 이야기다. 하루종일 좋아하는 누군가를 생각하지만 용기가 없어서 고백할 수는 없고, 상대방이 날 좋아해서 먼저 고백해주기를 바라는 내용이다. 설레이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디지털 사운드를 많이 사용했는데, 프로듀서와 연주자로 활동중인 김현석이 사운드 디자인을 했다.

하늘과 닿은 마을 (The Village at Heaven’s Edge)
- 몇 년 전에 어머니께서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께서 계시는 무덤에 밤늦게 찾아간 상황을 그대로 표현한 곡이다. 어두운 밤, 조용한 마을에는 오로지 달빛밖에 없었고 하늘엔 별이 가득했는데, 무덤이 있는 언덕을 올라가는데 그 언덕 너머에 별들이 가득 보였고, 마치 하늘과 닿아 있는 듯 보였다. 느린 템포의 발라드 곡이다.

작은 지혜 - with 이혜인 (Small Wisdom - with Lee Hye In)
- 이별 앞에서는 어떤 이야기도 소용이 없지 않을까. 사랑은 아름답다거나, 이별 후에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거라는 세상의 조언들에 대한 투정을 담았다. 느린 템포의 발라드곡이고, 앨범의 거의 모든 곡에 함께 노래해 준 이혜인이 많이 두드러지는 곡이다.

침묵의 소리 - with 임주연 (The Sound of Silence - with Lim Ju Yeon)
- 가끔 사람들이 정말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는 길가에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소리없는 비명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행복하지 않아, 나는 너무 화가 나있어` 와 같은. 가끔은 조용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앨범의 모든 피아노를 연주해 준 임주연이 이 곡에서는 노래도 불러주었다.

혼란 (Confusion)
- 이별을 하고 난 후에 너무 괴로워서 만든 곡이다. 나를 만나는 중에 내게 숨기고 다른 사람들 동시에 만났는데 그 상황을 알고도 좋아하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머릿 속에서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생각과 잊고 싶어하는 생각의 충돌을 표현했다. 이 곡은 오랫동안 트리오로 함께 공연했던 베이스에 구본암과 드럼에 임상우의 연주가 돋보인다.

백조의 호수 (Swan Lake)
- 몇 년 전 아일랜드의 골웨이(Galway)를 여행하던 중에 잠시 숙소에서 나와 부둣가에서 만든 곡이다. 어두운 밤 이었고 바다에는 가득 백조들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평온해 보였는데, 나의 마음도 저렇게 평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지구반대편에서의 하루 (A Day On The Other Side Of Earth)
- 유학생활에 대한 상상을 하며 만든 곡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의 생활이 외롭고 힘들지만 이 모든 순간들이 나의 미래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곡에는 특히 화려한 연주의 드럼이 필요했는데, 피아의 드러머 양혜승이 함께 해주었다.

날 닮은 그대 - with 박정현 (Nexus - with Lena Park)
- 바다를 바라보며 만든 곡이다. 이 바다의 끝에는 또 다른 육지가 닿아있고 그 곳에도 나와 같은 누군가가 앉아서 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또 서로의 이야기를 바다에 흘려보내고 또 서로 그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결국 우리 모두는 이렇게 닿아 있는 것만 같았다. 이 곡에는 박정현이 함께 불러주어서 이야기를 완성시켜 주었다.

이름 (Name)
- 몇 년 전에 마음이 심하게 무너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살아온 모든게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더 진실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겸손하고 진지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담았다. 앨범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존재를 다시 바라보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에 넣은 곡이다.


     
   
   
  DISC1
 
  • 1. 기적의 이름
  • 2. 내 손을 잡아준다면
  • 3. 말을 해줘
  • 4. 하늘과 닿은 마을
  • 5. 작은 지혜
  • 6. 침묵의 소리
  • 7. 혼란
  • 8. 백조의 호수
  • 9. 지구 반대편에서의 하루
  • 10. 날 닮은 그대
  • 11.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