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비트가 춤추는 따뜻한 여행 황보령=SMACKSOFT 5th album [ Follow Your Heart ]
황보령은 한국 여성 대중음악 뮤지션 중에서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꾸준히 펼쳐 보임으로써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실제로 그동안 발표된 음악들은 ‘압도적인 예술성’, ‘한국 록의 진보적 실험정신’, ‘황홀경으로 안내하는 신비한 에너지’ 등의 찬사를 이끌어내며, 아트록의 지평을 구현해내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거칠면서도 폭발적인, 그리고 동시에 깊이 있고 신비로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음악들은 오랜 시간을 걸쳐 조금씩 스스로 진화해 왔다. 그리고 전작인 4집 [ MANA WIND ]에서, 그 에너지는 정점에 달했다. 2012년 겨울, 그녀가 이끄는 밴드 ‘황보령=SMACKSOFT’가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거친 결과물을 내놓았다. 미국을 동서로 횡단하며 진행된 한 달 여의 투어를 통해 다듬어진 열 곡의 음악이 다섯 번째 정규앨범 [ Follow Your Heart ]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앞에 놓여있다. 뮤지션이자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한 황보령의 음악은 ‘시각적’이다. ‘소리라는 물감으로 시공간의 캔버스에 펼치는 그림’(월간 PAPER, 최승우 에디터)이라는 수사를 새로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간의 음악들은 눈을 감고 들어도 눈앞에 무언가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의 음악적 에너지를 집약하여 색다르게 풀어낸 이번 정규 5집 [ Follow Your Heart ]은 그 ‘그림’의 톤과 색감이 조금 다르다. 그동안의 깊고 무거운 느낌을 조금 덜어내는 대신, 그 공간을 따뜻한 비트로 채워 넣었다. 그 결과, 몽롱하지만 선명하고, 거칠지만 따뜻한 그들만의 새로운 사운드가 만들어졌다.
지금,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다시 뛰게 할 축제의 음악. ’그 누구도 될 수 있었지만 그건 너와 나 이렇게 우리 함께 이렇게‘ - “It is you & me“ 중에서 앨범의 제목은 ‘Follow Your Heart`. 황보령은 이번 앨범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동명의 곡 ‘Follow Your Heart`의 가사에 실었다. ‘삶의 무게를 조금 내려놓고 지친 마음을 다독여 자신의 마음이 하는 소리를 따라가 보자’는 의미에서, ‘Follow Your Heart`라는 노랫말은 주문처럼 반복된다. 설레이는 느낌의 비트에 실린 위로가 당신에게, 우리 모두에게 전해지길. 이번 5집 앨범에 실린 열 가지의 다채로운 이미지들은 타이틀곡 “It is you & me “ 의 아름다운 파장을 시작으로 펼쳐진다. 청량한 정글의 아침 같은 느낌의 “Sober”에 이어, 가슴을 뛰게 만드는 ‘Follow Your Heart`, 그리고 탄력 있는 리듬과 시원하고 매끈한 리프의 “Wonder”를 들려준다. 주목할 만한 트랙은 ‘비단’이라는 이름의 곡. 올 가을에 발매된,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위한 컴필레이션 앨범 ‘이야기해주세요’ 에 실린 곡을 라이브 버전과 일렉트로니카 버전으로 각각 다시 편곡해서 실었다. 서로 다른 색깔의 두 곡을 비교해가며 듣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 쯤 되면 황보령의 트레이드마크인 파워풀한 에너지가 아쉬워지는 이들이 있을 법하다. 기다렸다는 듯 터질 듯한 사운드로 채운 “No matter what”은 이 앨범에서 또 하나의 포인트를 차지한다. 그 외에도, 황보령의 보컬과 달파란의 재기 넘치는 베이스라인이 매력적으로 조화를 이룬 “Dance”도 귀 기울여 들어봄직하다. 앨범의 막바지에 이르면, 희망이 가득 떠올라 빛나는 순간을 그린 “Sunrise”와 아련하고도 영롱하게 빛나는 연주곡 “Self talking”이 이어진다. 스스로에게 끝없이 침잠하듯 깊고 묵직한 세계를 표현해 온 황보령은 이번 앨범을 통해 신디사이징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자신의 영역을 또 한 번 확장했다. 사운드의 무게감을 전반적으로 덜어내면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자신이 전하고픈 진심을 진하게 녹여내는 역설적인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이번 [ Follow Your Heart ] 앨범은 황보령의 새로운 가능성과 음악적 비전을 시험하는 장이며, 대중들에게는 아티스트 황보령의 또 다른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