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이 스민 목소리가 그렇게 노래해주는데, 이보다 멋진 아침이 또 있을까…’ 매일 아침 기꺼이, 새로이 배달된 이 신선한 노래들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먼 곳으로부터 도착한 David Choi 세 번째 앨범 [FOREVER AND EVER]. 먼 곳으로부터 도착한 바람이 어깨를 스친다.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가끔 뒤를 돌아보지만 골목은 다시 텅 비어 있고, 하늘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맑기만 하다. 이맘때면, 막차에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갈 때나 약속도 없이 거리를 걸을 때, 마음 끝자락이 하릴없이 펄럭인다. 기다리는 소식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혹은 듣지 못한 대답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그래서 이런 계절엔, 함께 걸어줄 노래가 간절히 필요하다. 소란스레 동조하지도, 드러내고 위로하지도 않고 다만 보폭을 맞춰 함께 걸어줄 그런 노래가. 데이비드 최의 세 번째 앨범은 꼭 그 무렵 엽서처럼 도착했다. 그를 ‘소개’하기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었으나, 바다를 건너도 식지 않는 온기를 품은 특유의 목소리에만큼은 누구보다 귀 기울여왔기에 선뜻 이 앨범을 받아 들었다. (일찍이 유튜브에서 ‘Grade Three 4/4’ 뮤직비디오를 보고서 나는 그에게 반해버렸다. 목소리와 재능은 타고 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 그것을 선보이는 방식에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보다 화려한 것, 보다 스케일 큰 것을 내세워 앞다투어 시선을 끌려는 소란스런 세상에서 목소리 하나로 진심을 전달하려는 그는 꼭 이 뮤직비디오의 화법을 닮았다.) 그를 설명하는 말들엔 어딘가 드라마틱한 구석이 있다. 2004년 6월, 《10대를 위한 존 레넌 송라이팅 경연대회》에서 ‘Can`t Stop Me’라는 제목의 가사로 9000:1의 경쟁률을 뚫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으며, 같은 해 9월 아우디(Audi)가 후원하는 《데이비드 보위 매시업 콘테스트》에 출전해 ‘She`ll Drive The Big Car’와 ‘Shake It’를 믹스한 ‘Big Shaken Car’로 대상을 차지했다는 것(이 행사는 데이비드 보위가 직접 대상을 선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아시아계로서 최초, 또한 최연소로 세계 최대의 퍼블리싱 회사인 워너 채플 뮤직(Wanner Chapple Music)과 계약을 맺고 전속 작곡가로 일했으며, 자신을 위해 곡을 쓰고 싶어 솔로로 독립한 뒤, 어느 늦은 아침 ‘자다 일어난 부스스한 모습으로 컴퓨터 앞에서 즉흥적으로 부른 노래’ 가 유튜브에서 천만 건이라는 기록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것까지 모두.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이 노래는 ‘YouTube (A Love Song)’으로, 제목 그대로 유튜브를 향한 데이비드만의 러브송이다. “유튜브, 너는 나에 대해 모든 코멘트를 달 수 있어 오~ 유튜브야, 나에게 열정적인 사랑을 줄래?”로 이어지는 재치만점의 귀여운 가사와 데이비드의 매력적인 보컬은 이내 수많은 네티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무런 홍보도 없이 오로지 유튜브와 페이스북만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현재 웬만한 할리우드 스타 부럽지 않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그의 유튜브 채널(davidchoimusic) 정기구독자 팬은 90만 명을 넘어섰으며, 채널 조회수는 1200만 건이 넘고, 동영상 조회 수는 무려 1억 건에 이른다). 자신의 노래를 찾는 팬들의 반응에 화답하듯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커버곡을 선보이던 그이지만, 이제는 그의 노래를 수많은 사람들이 커버곡으로 부르기에 이르렀다. 꿈 같은 일들을 지나왔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하다. 3집 앨범을 들고 돌아온 그가 더 반가운 건 그래서다. 리무진이나 꽃마차라도 타고 올 줄 알았던 그는, 어깨에 기타를 메고 산책에서 돌아오듯 자박자박 걸어서 우리 앞에 섰다. 일상의 사소한 행복에 한쪽 눈을 찡그리며 웃다가, 갑자기 시작된 설렘에 커피를 연거푸 몇 잔 마신 것처럼 쿵쾅대다가, 해질 무렵 홀로 낯선 거리를 걷듯 쓸쓸해지기도 하는 감성도 그대로다. 그러니까, 멀리 가버릴 수도 있었던 그는 여전히 우리들 방에 불 밝힌 작은 모니터 너머에 앉아 그처럼 사소한 일에 울고 웃는 우리에게 말을 걸듯 노래한다. 인터넷이라는 바다가 봄 바다처럼 따스할 줄이야. 그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알 수나 있었을까. 새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은 얼마 전 배우 차태현이 직접 불러 화제가 되었던 영화 [챔프] O.S.T.의 타이틀곡 ‘행복’의 데이비드 버전인 ‘Can’t Take This Away’다. 당시 이환경 감독이 직접 작사를 맡고 데이비드 최가 멜로디를 불어 넣었던 노래를, 데이비드의 가사와 목소리로 새롭게 불러 앨범에 담았다. 발등을 간질이는 기분 좋은 햇살에 눈 뜨는 아침처럼, 상큼하게 앨범의 시작을 여는 곡이다. 데이비드 특유의 음색이 돋보이는 ‘This and That is Life’, 진성과 가성을 부드럽게 넘나드는 보컬이 우쿨렐레 선율과 조화를 이루어 반가운 ‘Thinking About You’ , 깊은 밤의 바에서 만나는 데이비드의 새로운 매력을 엿보는 듯한 ‘You Were My Friend’, 내려오고 싶지 않은 놀이기구처럼 끝나는 것이 아까워지는 마지막 트랙 ‘Rollercoaster’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매력적인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동안 데이비드 최의 음악들이 편안한 멜로디와 매력적인 보컬로 광고 및 영화?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여러 차례 쓰여온 만큼, 3집 앨범 수록곡 중 또 어떤 곡들이 광고와 방송계의 러브 콜을 받게 될지도 주목되는 점이다. 타고난 특별함으로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낸다는 건, 재능이 있어 쉬운 듯 보여도 오히려 그 재능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내겐 그가 늘 특별하다. “스타요? 저는 그런 사람 아닌데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꾸준하게 할 수 있으면 행복한 거지요.“ 그 말을 할 때의 그의 표정을 감히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은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는 심각하지 않은 얼굴로 노래한다. 나무에서 툭 따낸 과일을 한 입 베어물 듯 망설임 없이, 또 자연스레. 그가 노래하는 일상의 단면은, 때로 아보카도처럼 부드럽고 때로 갓 잘라낸 레몬처럼 상큼하고, 때로는 자몽처럼 쌉싸름하기도 하다. 그리하여 나는 매일 아침 기꺼이, 새로이 배달된 이 신선한 노래들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졌다. “I feel good today, you can’t take this away-” 체온이 스민 목소리가 그렇게 노래해주는데, 이보다 멋진 아침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