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새벽의 느낌, 깊은 바다, 고즈넉한 하늘을 담은 음악 인상적인 새벽을 연상시키는 파란색 재즈 앨범 유승호트리오 [SEVEN Steps To Heaven]
재즈 피아니스트 유승호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 파란색이다. 그의 파란색은 차가운 새벽의 느낌, 깊은 바다, 고즈넉한 하늘의 이미지다. 그는 그런 파란 느낌의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유승호 트리오는 EBS Space 공감 2007 New JAZZ STAR로 선정된 프랑스 유학파 출신의 차세대 재즈 피아니스트 유승호의 독창적인 재즈 유닛이다. 밴드는 첫 앨범 [SEVEN Steps To Heaven]을 통해 익숙한 일상의 빛깔들을 오묘하고 다른 낯설음으로 표현하는 미학을 보여주었다. 낯선 박자와 리듬. 그러나 익숙한 멜로디, 부담스럽지 않은 편곡은 균형잡힌 연주와 조화롭게 배열되었으며, 들을수록 사랑스러운 따뜻하고 낭만적인 재즈를 선사한다. 과거의 전통적인 느낌과 이를 사랑하는 재기발랄한 젊은 뮤지션의 향기가 재즈의 참 의미를 담아보려 애쓴 흔적들을 통해서 살포시 묻어나는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상호간의 음악적 교감과 배려가 충만한 인터플레이 사실 100퍼센트라고까지 장담은 못하지만 어느 아티스트의 연주와 그(혹은 그녀)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자신의 성격이나 ‘Personality’같은 것이 상당부분 반영된다고 봐도 그렇게 크게 틀리지 않다. 예를 들어 키스 자렛이나 칙 코리아, 허비 핸콕 같은 연주자들의 경우 각자의 뛰어난 천재성은 물론이거니와 실로 소리에 관한 섬세하고 예민한 반응과 빈틈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피아니즘을 갖고 있는데, 이는 이들의 개인적인 성격이나 마인드가 웬만한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집요하며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오스카 피터슨 같은 연주자를 보자. 그의 커다란 스케일과 다이내믹하면서도 변화무쌍한 피아노터치를 들으면서 우리는 그의 넉넉하고 풍채 좋은 외모만큼이나 대인적인 이미지에 눈앞의 자잘한 것들은 아예 신경 쓰지도 않을 것 같은 대범함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반면 피아니스트 행크 존스와 조지 쉬어링 , 그리고 냇 킹 콜 같은 연주자들의 경우를 보면, 이들의 피아노 연주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과 따스함, 온기 같은 것들은 적어도 이들의 성품 또한 타인 지향적이며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온화한 인간미를 지닌 사람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앞서 예를 든 이 연주자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는 관계로 앞선 내용에 대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들과 관련된 여러 일화나 에피소드를 통해 직, 간접적으로 판단해본 결과 이들의 음악성은 상당부분 각자의 캐릭터와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예상이 그렇게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앨범[SEVEN Steps Heaven to]의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유승호는 바로 세 번째의 예에 상당히 잘 들어맞는 케이스라고 말하고 싶다. 그의 음악적 성향은 바로 인간적인 온기와 따스함에서 비롯되며, 많은 뮤지션들이 당대의 트렌드와 더욱 세련되고 모던한 방법론에 몰두할 때 이 연주자는 그와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연주하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자신의 연주에 반영시켜온 뮤지션이다. 확실히 그의 연주에서 화려한 독주나 압도적인 카리스마, 혹은 독창적인 개성미 같은, 타 연주자들과 선명하게 구분 짓는 선명한 잣대 같은 것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허나 함께 한 연주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호홉, 멤버들과의 교감 같은 것을 재즈의 또 다른 크나큰 미덕으로 보았을 때 그의 연주는 아주 선명한 변별지점을 갖게 되며 이는 현 국내 재즈 신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스타일중 하나로 봐도 무방한 것이다. 그럼 일단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를 재즈 팬들을 위해 간략하나마 그의 약력을 이야기하자면 2002년부터 4년여 동안 동안 프랑스에 유학을 가서 그곳에서 재즈를 배웠으며 학업을 마친 후에도 얼마간 그곳에 남아 연주활동을 지속했었다. 그리고 2006년도에 귀국한 이후 국내 재즈 클럽 및 동아 방송대, 한양여대, 재능대등 몇몇 음악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국내 유일의 라틴 밴드 코바나의 멤버로도 활동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올해 초 드러머 오종대, 베이스주자 김창현과 함께 네오 트래디셔널 재즈 트리오라는 팀을 조직해 앨범을 발효하기도 한 이력을 갖고 있다. 아마 국내 재즈 신에 어느 정도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는 팬들은 올해 초 첫 데뷔작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던 네오 트래디셔널 재즈 트리오라는 팀을 인지하고 있을 것 같은데, 이 팀의 피아니스트가 바로 유승호이다. 그룹명이 말해주듯 재즈의 가장 전통적이며 핵심적인 오리지널리티인, ‘스윙과 비밥의 어법’을 근간으로 한 이 팀은 드러머인 오종대와 베이시스트 김창현, 여기에 피아니스트 유승호의 라인업으로 어느 특정한 멤버가 리더의 형태를 띠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음악적인 면에서 키 플레이어를 이야기하자고 한다면 피아니스트 유승호에게 상당부분 무게추가 기울어 질 것이다. 애초 결성된 목적도 전통적인 재즈의 미덕을 지금 시대에 맞게 구현해보자는 의도로 시작한 것이었는데, 이에 적합한 피아니스트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이상적으로 맞아떨어지는 뮤지션이 바로 유승호였던 것이다. 그만큼 그의 음악성은 전통적인 재즈의 뿌리와 깊게 맞닿아 있으며 연주자 본인도 이에 대해 확고한 자신의 취향과 어프로치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예전 그와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직접 언급 한 바 있었다. 바로 그가 이번에 자신의 솔로 작을 처음 발표한 것이다. 2006년 귀국이후 국내에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솔로 리더 작을 발표한 셈인데, 사실 이 또한 적잖은 뮤지션들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곧바로 자신의 앨범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하는 케이스와 비교해볼 때 분명히 다른 일면이기도 하다. 사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스스로 음악적인 아이디어나 함께 할 연주자등 여러 가지 여건이 어느 정도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섣불리 앨범작업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가 반영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대적인 접근과 전통적인 미학의 이상적인 조화 그가 이번에 발표한 첫 음반은 피아니스트 유승호 자신과 베이시스트 정상이, 드러머 김영진의 순수 국내파 연주자로 구성된 라인업이다. 보통 국내 피아니스트들이 자신의 리더 작을 처음 발표할 때에는 본토인 미국이나 유럽의 뛰어난 사이드 맨과 함께 앨범을 발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할 만큼 빈번했는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과 함께 하면 연주의 측면에서는 분명히 뛰어난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불과 몇 번의 리허설만으로 녹음을 하는데 모든 준비를 끝낸 후 시간에 쫓겨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방식에서 연주자들 간의 지속적인 교감이나 인터액티브가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면 차라리 오랜 시간 교류를 해온 멤버들과 레코딩을 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바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앨범에 참여한 두 명의 리듬 파트주자들은 현재 20대중 후반의 젊은이들로 최근 2~3년 사이 국내 클럽신과 여러 연주자들의 사이드 맨등 다양한 지점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신성 뮤지션들이다. 특기할만한 것이 이들 모두 아직 유학을 가지 않고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실력을 다져온 경우인데 어린 시절부터 리듬에 대한 감각을 익혀온 탓인지 그 나이대를 가늠해 보았을 때 상당히 뛰어난 연주력을 지니고 있으며 안정적이고 탄탄한 서포트로 피아노 연주를 잘 받쳐주고 있다. 그러므로 순수한 국내 연주자들만으로 트리오를 구성한 그의 이 선택은 충분히 긍정적으로